2007년 12월 18일
모잠비크 ‘아프리카 성공신화’ 일군다
| 식민통치·내전 딛고 10여년째 8%대 고속성장 이슬람·기독교 평화공존·정치 민주주의 ‘밑심’ | |
![]() | 서수민 기자 |
드파티마는 이전에 슈퍼마켓 납품은 꿈도 꾸지 못했다. 인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수입된 값비싼 야채들이 슈퍼를 장악하고 있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유엔 국제농업개발기금(IFAD)의 전문가들이 비료를 제공하고 농산물 판로 개척을 지도해준 덕분에 드파티마 같은 농부들도 야채의 신선도와 품질을 높일 수 있었다. 이들은 이전보다 세 배나 많은 값을 받고 야채를 슈퍼에 공급한다. 드파티마는 “돈도 돈이지만, 도시의 양복쟁이들과 동등하게 협상을 한다는 게 더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농가 소득이 늘어나 아이들 셋도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됐다. 폭풍우에 날아가지 않는 튼튼한 집도 지었다. 요즘 그는 팔고 남은 토마토를 소스로 가공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마리아 같은 중농층의 출현은 인구 대부분이 빈농이었던 모잠비크의 변화를 상징한다.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모잠비크는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유별난 시련을 겪었다. 500년 가까이 이어진 포르투갈의 식민통치는 제대로 된 도로 하나 남기지 않았고, 20여년에 걸친 내전은 1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러나 1992년 내전 종식 이후 찾아온 정치적 안정과 개혁이 남다른 성장의 노둣돌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94∼2006년 지역 최고 수준인 8% 남짓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한 모잠비크를 대표적인 “아프리카의 성공 스토리”로 꼽았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모잠비크 대표인 토드 아마니는 “모잠비크는 보기 드물게 빠른 시일 안에 다당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기독교와 이슬람교 등이 평화적으로 공존해 경제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에이즈와 말라리아 퇴치 등에 1억6천만달러를 지원한 미국 등 외부의 도움도 효과적으로 활용됐다. 현재 모잠비크가 짊어진 가장 큰 멍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인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률이다. 마푸토에서 2시간 남짓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 모잠비크의 제2도시 베이라는 성인의 31%가 에이즈에 감염된 ‘죽음의 도시’다. 짐바브웨와 잠비아 등 인근 내륙 국가의 항구 구실을 하는 베이라는 언뜻 보기에 활기 차지만, 40살 넘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베이라에서 만난 헬레나 라베카 사라이바(16)는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뒤 좌판에서 물건을 팔아 동생 4명을 먹여 살린다. 동생들 역시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끼니를 챙겨 먹지 못해 약 복용도 어려운 형편이다. 그는 “학교에 돌아가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인구 2천만명인 모잠비크에선 의료 인력이 대거 서구로 빠져나가 남아 있는 의사가 650명에 지나지 않는다. 마푸토에는 과거와 현재, 자연과 문명이 어지럽게 공존한다. 하얀 모래사장에는 보사노바가 흐르고, 여인들은 고양이 같은 맵시를 자랑하며 밤거리를 거닌다.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있는 대통령궁 근처에는 ‘김일성로’와 ‘마오쩌둥로’가 사회주의 역사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
마푸토 베이라(모잠비크)/글·사진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 ||||||||||||||||||||
# by | 2007/12/18 02:07 | 제3세계, 빈곤퇴치 | 트랙백 | 덧글(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